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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B2050 ‘자유안정성 혁명: 행복하고 혁신적인 대한민국을 위한 제안’ 보고서의 온라인 버전입니다. 주석, 참고문헌 등은 lovedonggu.xyz 대전출장안마 에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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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의 가치 체계와 정책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개인들의 삶을 안정시켜 불안감을 줄이고, 그 안정성의 기반 위에서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안정감과 선택의 자유를 누리는 개인들이 행복하고, 행복한 개인들이 혁신적인 상상력과 실천력을 가질 수 있다.

    이 연구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유안정성’을 제시한다. 이 패러다임이 담고 있는 자유와 안정, 그리고 자기실현적 행복의 가치를 제시하고, 그 가치를 사회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실행할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들을 제안한다.

    또한 이 연구는 ‘헬조선’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게 된 원인을 분석할 때, 대체로 미디어와 연구자들은 양극화, 일자리 부족 등 경제지표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헬조선’ 표현이 사용되는 맥락을 들여다보면 다른 측면이 보인다.

    ‘헬조선’이라는 표현에는 이 사회에서는 개인들이 각자 원하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구조적으로 그런 자유가 박탈돼 있다는 현실 인식이 들어 있다.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일부 ‘금수저’들을 제외한 대다수 ‘흙수저’들은 생계와 최소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 세대가 짜 놓은 구조에 따라 그저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좌절감과 분노의 표현이다. 그런 인식 하에서는 행복을 느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헬조선은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의 비전을 ‘먹고 사는 문제’로 한정할 경우, 정책 해법은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 노동 연계 사회복지 제도의 강화라는 전통적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과 취약계층 복지 확대라는 정부 정책 방향이 이에 해당한다. 근로장려금(EITC) 확대나 내일채움공제 및 취업성공패키지 같은 정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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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모두 ‘선택의 자유’ 관점에서 볼 때는 ‘헬조선’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는 정책들이다. 기존 사회 구조의 틀에 맞춰서 행동하도록 유도할 뿐, 정책 수혜자들 각자의 선택의 자유를 키워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용 형태와 연계하지 않고 개인들의 삶의 안정성을 보편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고용이 돼 있는지 여부와 고용 형태에 따른 삶의 격차가 심하다. 그런데다 정부의 지원조차도 고용과 노동을 매개로 하는 것은 개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개인들 간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를 불행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고용 여부에 따른 격차를 줄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 고용주가 아니라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각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높이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 개인의 능력과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학업과 취업을 선택할 수 있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비영리 활동이나 커뮤니티 활동, 돌봄 활동도 제약 없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사회적 보상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렇게 패러다임을 바꿀 때 자유롭고 행복한 개인들이 비로소 창의성과 모험심을 발휘하게 된다. 자신의 개성이나 선호와는 관련이 없는데도 생계를 위해, 혹은 남들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가지기 위해서 원하지 않는 진로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불행한 개인들이 창의적 혁신을 추구하기란 어렵다. 다시 말해, 행복한 개인이 혁신을 가져오며, 혁신을 통해 다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1장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나라’라고 진단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2장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안정성을 높이는 제도 위에서 자유로워진 개인들이 ‘자기실현적 행복’에 다다르며, 이들 중 혁신가들이 등장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회를 그려본다. 3장에서는 새로운 가치가 구현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토대로 ‘자유안정성’ 모델을 제안한다. 4장에서는 구체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국가가 개인에게 직접 분배하는 정책과, 선택의 자유를 늘리는 정책,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의 세 가지로 나누어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국가가 해야 할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

    국민소득 크기가 불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소득을 골고루 분배해 각자 몫의 소득을 키우는 것은 더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서 개인이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늘리고, 진정한 행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그 시작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한국이 추구해야 할 사회 변화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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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 보다 풍요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상태에 있다. 경제는 1950년대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이제는 유럽과 북미에 견줄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 기업들의 제품을 해외에서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문화 컨텐츠들은 해외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 측면에서는 굴곡이 있었지만 꾸준히 성장해 온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은 2016~2017년 촛불혁명을 통해 더욱 성숙해졌다. 이로써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성공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대한민국은 결코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나라다.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 볼 때 그렇다. 2017년 OECD ‘더 나은 삶의 지표’(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조사 대상 39개국 중 순위가 30등이다. 2016년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니버섬(Universum)이 내놓은 ‘세계 직장인 행복 지수’(Global Workforce Happiness Index)에서는 세계 57개국 중 49위였다. 이외에도 여러 행복이나 삶의 질에 대한 지표에서 한국은 늘 OECD 최하위 수준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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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고, 풍요롭지만 삶의 질이 이토록 낮은 것일까?

    왜 우리는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고, 풍요로운 가운데서도 삶의 질이 이토록 낮은 것일까? 가장 많은 단서를 보여주는 것은 노동 관련 지표다. 2016년 기준으로 노동 시장 내에서 저임금(중위임금의 2/3이하)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은 23.5%로 OECD 국가들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나쁜 수준이다. 남녀 임금 격차도 OECD에서 가장 크다. 여성 임금이 남성 임금의 6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근로시간은 2017년 현재 연간 2024시간으로 멕시코를 제외하면 OECD에서 가장 길다. 한국인들은 독일인들보다 연간 668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OECD 2018).

    장시간 근로와 스트레스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건강 상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 응답자 90% 이상이 “건강이 좋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은 35%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현상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도 어려운, 한국에서만 심각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휴직 등 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이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난맥상이 존재한다.

    점차 줄어드는 안정적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지위 경쟁은 이미 대학을 넘어 초중고교, 심지어 유아교육 단계까지 번지고 있다. 공교육에 많은 국가 자원을 투입하는데도 사교육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영역을 점점 더 넓혀갈 뿐이다. 사교육의 중심인 ‘대치동’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입시의 성패를 좌우하며 부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2014)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연간 교육비는 21만원에 지나지 않는 반면 상위 20%는 602만원을 썼다. 거의 30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8). 이른바 ‘좋은 대학’,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 가정의 경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김희삼 2015).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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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주요국의 저임금근로자 비율 통계표, 출처 OECD, 「Earnings」 자료 OECD, 「http://stats.oecd.org/, Decile ratios of gross earnings_Low Pay Incidence」2018. 03

    사실 통계수치보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왜 행복하지 않은지’에 대한 답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통계로만 보면 성공했다고 할 만한 사람의 예로, 대기업 정규직으로 20여년 장기근속한 남성 ‘철수’를 떠올려 보자. 부모님 세대에 비해 풍족한 환경에서 태어나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렇지만 이 말은 청소년이 되자 ‘교육 경쟁에서 밀리면 변변한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말로 변했고, 그 압박감에 눌린 채로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 입시 관문을 뚫고 대학에 진학했고, 곧바로 취업한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보다 나은 위치에 선 것은 분명했다. 그런 안도감과 함께 대학 생활의 자유를 누리는 것도 잠깐, 곧바로 취업경쟁에 내몰렸다. ‘여기서 밀리면 낙오자’라는 압박감은 이번에도 강했지만 겨우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때만 해도 ‘비정규직’ 개념이 없어서 어지간하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는 것이다. 이제 좀 안정을 찾고 삶을 즐길 수 있나 했더니, 승진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데만도 엄청난 경쟁과 스트레스, 장시간 노동이 필요했다.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이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터에서의 자유는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싶다가도 막상 나가면 프랜차이즈 빵집, 편의점 창업밖에는 할 게 없다 싶어서 마음을 접는다. 슬금슬금 커져 버린 소비 수준, 자녀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 그리고 노후자금을 생각하면 도무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라는 실감만 난다.

    역시 외견상 안정적인 여성 ‘영희’의 삶을 가정해 봐도 마찬가지다. 이전 시대보다 남녀평등 의식이 높아진 사회에서 자란 것은 분명한데도 학창시절 내내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자각은 커져만 갔다. 잠시도 한 눈 팔지 않고 성실하게 노력해서 대학 졸업장과 스펙을 갖췄지만 이유도 모르는 채로 숱한 입사 시험에 낙방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를 악물고 다시 도전한 것은 ‘이번에 성공하지 않으면 내년, 후년에는 더 취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직장에서도 성취감을 오래 누릴 수 없었다. 이런저런 성차별과 유리천장 가운데 ‘여성’이 있을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퇴근하면 다시 가정으로 출근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삶 속에서 육체적 심리적 한계를 느낀다. 아이가 어린이집, 학교에서 어떤 문제라도 보이면 ‘엄마가 소홀히 한 탓’으로 비난받을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결국 남편과 상의 끝에 당분간 아이에게 집중하기로 하고 직장을 그만둔다. 물론 그것이 ‘경력단절’로 가는 길인 것은 알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에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역시나 단순노무, 서비스직외에는 없다. 이제라도 새로운 것을 배워볼까 해도 아이 사교육비가 우선이라 그럴 여유가 없다. 어느새 남편의 승진이나 아이의 성적을 자기 삶의 성공 기준으로 여기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지만 다른 가치를 찾기도 어렵다. 남편이 성실하게 직장을 다녀서 정년퇴직하고, 국민연금을 받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노후를 의지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면 어려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의미 없게 느껴질 뿐이다.

    이 사회에서 그나마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정상 가족’ 영희와 철수의 현실이다. 얼핏 안정적인 삶 같지만 실제로는 극심한 불안,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절망감이 가득하다. 전쟁과 기아의 위험이 없는 발전된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OECD 국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양상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데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1950년대 최빈국 수준에서 출발해서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게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수십 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한 것이 첫 번째 맥락이다. 이웃나라 일본을 모델로 삼아서 수출형 산업을 키웠고 언젠가 일본을 능가하는 경제 대국이 되는 날을 꿈꿨다. 이를 위해서 국가는 기업을 봐주고, 기업은 남성 노동자들을 봐주고, 남성 노동자들은 가족들을 봐주는 체계를 구축했다. 역순으로 보면 가족들은 남성 가장에게 순종하고, 남성 노동자는 기업에 복종하며, 기업은 국가에 충성하는 구조였다. 일본이 바로 이런 체계를 통해서 경제 성장과 고용 안정을 이루고 초중산층 사회를 건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길을 따라가기만 해서는 일본을 넘어설 수가 없다. 후발주자로서 한 가지 무기가 더 있어야 했다. 바로 가격경쟁력이다. 이를 위해 임금을 되도록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했다.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없으니 ‘저세금 저복지’의 사회 구조를 유지한다. 내수가 약하니 수출에 더 의존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노동 시장 내부에서도, 노동 시장 안팎 사이에도 불평등이 심화하고 고착됐다.

    이런 구조 속에서 볼 때, 철수와 영희가 누리는 삶이 대한민국 안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중산층 이상의 부모를 만나지 못해서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 했거나, 가족들의 생계를 어린 나이부터 책임져야 했거나, 졸업 직후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안정적 직장에 진입할 기회를 놓쳤거나, IMF 경제위기 등 재난 상황을 잘 넘기지 못 하고 더 가난해진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많다. 이들에게는 철수와 영희의 한탄이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안정적인 사람조차 불행한 사회라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다. ‘대졸’, ‘서울’, ‘남성’, ‘정규직’, ‘정상 가족’의 경계선에서 단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공포에 온 사회가 눌려 있는데, 사실은 그 경계선 안에 있는 사람도 불행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는 희망을 가질 수도 없고 노력하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

    철수와 영희가 느끼는 불안의 상당 부분은 대한민국 사회 특유의 경직성에서 온다. 태어난 가정의 상황과 성별에 따라서 생의 많은 것들이 결정돼 버리고, 대학 입시를 통해서 또 커다란 부분이 정해져 버리며, 첫 취업과 결혼 시점을 지나고 나면 되돌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선택의 자유’가 거의 없는 채로, 정해진 경로를 따라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은 분배정책을 통해서 태생적인 불평등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의 사회 정책과 복지 체계는 불평등과 모순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다. 한국의 공적사회지출은 GDP 대비 10%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20–30%대인 서구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낮다. OECD(2018)에 따르면, 가구에게로 이전되는 현금성 사회 지출의 경우 프랑스나 핀란드는 GDP의 19%대이고 유럽연합 평균은 15%대인 반면 한국은 5%대다.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사회 구성원의 안정성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다른 문제는 한국의 공적사회지출이 질적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조세나 공적복지급여의 재분배성이 OECD 국가 중 가장 나쁜 수준이다. 노동 시장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 고도 성장의 모순이 켜켜이 쌓여 왔지만, 이를 교정하고 충격을 낮출 사회 정책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에서 개인들이 느끼는 불안은 결국 낮은 출산으로 이어진다. 본인의 경제적 불안정성은 결혼을 꺼리게 만들고, 아이가 불행해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출산을 주저하게 한다.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는 잠재성장률을 낮춘다. 결국 개인의 행복으로부터 시작된 문제가 국가의 미래까지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지 못 하고 정체되면 재정건전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복지 지출을 줄이면 개인의 불안은 더 커진다. 한국 사회에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어쩌면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이다. 노동 소득에 생계를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는 기술의 발전은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경기에서 이겼을 때 그 기술에 환호하기보다는 걱정 어린 시선을 던진 사람이 많았던 이유도, 우버와 같은 새로운 혁신에 대한 저항이 매우 거센 이유도 사회 시스템 문제에 있다.

    그럼에도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는 개개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며, 기술 발전 없이 번영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기술 발전을 어떻게 늦추고 회피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를 우리 사회에 유익이 되는 방향으로 잘 활용하느냐이다. 기술이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기술 발전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위협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도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누구나 기술 발전의 흐름에 동참하고 공헌할 수 있도록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일부 특권층이 아니라 모두가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조세제도 역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지나온 시대를 통해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가 모두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은 결과를 경험했다. 그런데다 기술 발전의 성과까지도 한쪽으로 쏠리도록 놔둔다면 더 이상 이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수출’과 ‘경제’에서 ‘사람’과 ‘사회’로 돌려야 한다. 그런 시각 전환이 이뤄질 때에야 기술을 포용하고 혁신으로 연결시킬 기반도 만들어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성공이 ‘영희’와 ‘철수’의 성공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영희’와 ‘철수’가 행복해져야 한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안정성을 높이는 분배 제도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삶의 모든 안정성과 생계를 개인이 오롯이 책임지는 사회 시스템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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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 소개 및 목차

    Part 1.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나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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